2010.4월, 미국 소프트웨어社 Panic에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하바드대 출신 프로그래머 Stewd Smith가 보낸 메일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귀사 블로그를 보니 사무실에 애플 IIe 컴퓨터가 있더군요.
귀찮은 부탁 한 가지 드리겠습니다.
지난 2005년도에 저는 록밴드 그랜대디(Grandaddy) 부탁으로
뮤직 비디오용 애니메이션 코드를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구형 애플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텍스트 애니메이션이었죠.
그 때 제작한 코드가 애플 IIe에서도 실행되는지 궁금합니다.
부디 확인해 주실 수 있는지요.
같이 보내는 “카세트 테이프” 소스코드 파일을 사용하면
애플 컴퓨터에 로딩하실 수 있을 겁니다.
소스코드 패키지 첨부합니다.”
Panic社 직원들은 재미난 건수를 만났다 싶어 기뻐했다.
그런데 이내 문제에 부딪혔다.
“카세트 테이프” 소스코드를 IIe 오디오 input에 로딩하는 건 알겠는데
사운드를 출력할 카세트 데크가 없었기 때문이다.
궁리 끝에 직원들은 아이패드를 사용해 보기로 했다.
과연 될까?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패드를 오래된 맥에 연결하고 화면 플레이 버튼을 터치하자
애플 //e 화면이 코드로 가득 채워졌고,
아이패드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미국 유명 록밴드 그랜대디(Grandaddy)의 곡이다.
2000년도 발표한 앨범 “Sophtware Slump”에 수록되었다.
곡명은 “Jed’s Other Poem(Beautiful Ground)”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죽은 로봇에 관한 노래로
로봇은 술을 마셔서는 안된다는 건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랜대디는 2006년 팀원 불화로 해체해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한 바 있다.
제드는 부엌에서 조립해서 만든 로봇. 주인이 여행을 간 사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만 죽고 말았다.
제드는 죽기 전 시 한편을 남겼는데 누구를 위해 지은 시 같지는 않고,
시 내용은 이렇다 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노래는 시작된다.
오래된 애플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텍스트 애니메이션,
컴퓨터가 부른 최초의 노래 IBM 7094의 Daisy Bell을 연상시키는 기계 합성음,
모뎀 시절 컴퓨터 팬 돌아가는 소음을 반주삼아
난해하면서도 직관적인 가사가 아름다운 멜로디를 타고 흘러 나온다.
“넌 내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시고 공원에서 혼자 깨어날 거라고 말했지.
난 너더러 거짓말쟁이라고 했는데 네 말이 맞았지 뭐야!”
영국 가디언誌는 이 노래를 세상에서 가장 슬픈 로봇 노래라고 격찬한 바 있다.
앨범에 수록된 Hewlett’s Daughter, The Crystal Lake 등도 모두 같은 톤의 곡이다.
Stwart에 의하면 이 애니메이션을 애플 II 컴퓨터로 제작했다고 한다.
애플 II는 1979년 제작된 48K 램, 하드드라이브나 마우스가 없는 컴퓨터다.
Stwart는 이 애니메이션 소스코드를 공개했지만 퍼가서 악용하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
비공개로 전환했다. 하지만 Panic社 블로그에서 아직도 다운로드(ZIP) 받을 수 있다.
비오는 날 소주를 마시며 해킹하는 모든 geek들께 추천해 드리고 싶다!